통상임금 범위 해석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어떠한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려면 임금성, 정기성, 고정성(사전성)의 속성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얼핏 조건이 까다로워 통상임금 범위가 좁게 보이지만 보통 받는 임금들은 늘 정해진 시기에 사전에 정해진 고정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특별히 변동급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무엇이 통상임금인지는 해석에 맡겨져 있습니다.
즉, 통상임금 문제는 법령에서 정하는 추상적인 통상임금 규정에 대한 일종의 '해석 논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법원은 지속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복리후생 목적의 급여라도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임금 범위를 넓혔고, 정기성의 의미도 ‘매월 1회’에서 '정해진 시기'로 확대했습니다. 고정성 역시 '고정적인 조건에 해당하면 지급하는 경우'로 해석함으로써 반드시 전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게 했습니다.
통상임금 논쟁의 가장 쟁점이 되었던 항목은 바로 '상여금'입니다. 기본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었기 때문에 금액의 비중도 큽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는 연 단위로 결정되는 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에 일선 회사에서 적용에 혼선도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법률 분쟁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고 기업 역시 통상임금이 증가하면 막대한 비용부담이 생겨 논쟁이 첨예했던 부분입니다. 결국 산업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고 법적 논쟁을 정리하기 위해 2013년 12월 관련 사건들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회부되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경우 이루어집니다.
동 판결에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대해 반드시 매월 지급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므로 '정기성'을 충족한다고 하여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성'과 관련해서는 기존 판례에서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판단 기준들을 제시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초과근로를 제공할 시점에 어떠한 임금 항목의 지급 여부가 사전에 확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해 초과근무하는 시점에서 업적이나 성과 등 다른 추가 조건과 상관없이 그 지급 여부가 이미 확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성과급과 같은 변동성 급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과급이더라도 기본 보장 금액이 있다면 그 금액은 확정된 것이므로 그 한도에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상황에만 지급하기로한 경우'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상임금은 '정해진 근로에 대한 대가'여야 하는데, 급여 지급일이나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을 '추가적인 지급 조건'으로 한다면 조건을 달성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해진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어 고정성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명절 상여금이나 하기 휴가비, 선물비, 생일자지원금 등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금품으로 취급됩니다. 체력단련비도 특정 시점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지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한 보도는 기자가 대법원의 판결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복리후생비여서가 아니라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금품이어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명절 상여금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퇴직한 사람에게 근로 일수만큼 날짜로 계산해서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